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마주온 이야기

한국의 정서를 담은
커피는 없을까.

싱가포르에서 가족에게 줄 선물을 고르다
바샤커피에 들렀습니다.

한국에 돌아와 커피를 마실 때도 그곳이 떠올랐습니다. 벽을 채운 주황색 상자, 매장의 빛, 커피마다 붙은 이름까지. 맛과 향을 넘어 한 브랜드의 분위기가 기억에 남았습니다.

우리의 문화로도 그런 커피를 만들 수 있을까.
마주온은 그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.

한지 문과 오래된 나무 마루 위로 들어오는 한옥의 햇빛
오래된 마음에 오늘의 커피를 놓습니다.

처음에는,
고향을 떠올렸습니다.

가장 잘 아는 곳에서 시작하고 싶었습니다. 고향인 안동에는 전통이 일상 가까이에 남아 있었습니다. 그곳의 옛 이름 ‘복주’를 빌려, 처음에는 복주커피라고 불렀습니다.

커피에 담고 싶은 것은 오래된 멋과 정서였습니다. 옛사람들이 차와 술을 곁에 두고 풍류를 즐겼듯, 지금의 우리도 커피 한 잔을 놓고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했습니다.

한옥 마루의 소반에 나란히 놓인 커피 두 잔과 도자기 드리퍼

복주커피에서 마주온으로

커피를 사이에 두고
마주하는 모습.

2025년 경기청년 갭이어에 참여하며 브랜드를 구체화했습니다. 그 과정에서 이름도 다시 생각했습니다. 만드는 사람의 고향을 넘어, 마시는 사람에게도 가까운 이름을 찾고 싶었습니다.

과거와 현재가 마주하고,
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커피.

그 모습을 담아
마주온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.

직접 볶고,
함께 마셔보았습니다.

맛을 고민할 때는 홋카이도의 작은 카페에서 마셨던 파푸아뉴기니 커피가 떠올랐습니다. 향이 좋으면서도 맛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아, 한국의 계절과 정서를 표현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.

그 맛을 더 알고 싶어 직접 원두를 볶기 시작했습니다. 지인들에게 커피를 내어주고, 카페를 빌려 시음회도 열었습니다. 의견을 듣고 배합을 바꾸는 일을 거듭했습니다.

우리가 떠올린 느낌이 마시는 사람에게도 전해지는지. 지금도 블렌딩을 할 때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일입니다.

도자기 드리퍼 속 커피 가루에 물을 붓는 장면과 옆에 놓인 소량의 원두

그렇게, 사계를 담았습니다.

봄의 화담, 여름의 청류, 가을의 풍연, 겨울의 설한.
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네 가지 블렌딩으로 전합니다.

꽃이 핀 나무 아래 커피를 마시는 선비를 그린 화담 원화

화담

살구와 복숭아의 화사한 과실향 위로 라벤더와 로즈힙이 부드럽게 머뭅니다.

살구 · 복숭아 · 라벤더 · 로즈힙

푸른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커피를 즐기는 선비를 그린 청류 원화

청류

여름

라임과 청사과의 맑은 산미, 허브와 그린티의 투명한 여운이 깨끗하게 이어집니다.

라임 · 청사과 · 허브 · 그린티

가을 정자에서 커피를 내리는 선비를 그린 풍연 원화

풍연

가을

로스티 곡물과 흑설탕의 담백한 고소함 뒤로 은은한 스파이스가 깊이를 더합니다.

로스티 곡물 · 흑설탕 · 스파이스

눈 내리는 겨울 풍경 속 커피를 마시는 선비를 그린 설한 원화

설한

겨울

차분한 허브와 스파이스, 무겁지 않은 바디가 겨울처럼 잔잔하고 길게 이어집니다.

허브 · 스파이스 · 맑은 바디 · 긴 여운

마시는 것은 달라졌지만
즐기는 마음은 이어집니다.

옛 선조들이 차와 술을 곁에 두고 풍류를 즐겼듯,
마주온은 오늘 그 자리에 커피를 놓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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